켄터키블루그래스 경험담

2017. 8. 2. 19:52삶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종종 켄터키블루그래스를 마당에 키우는 분들 글이 올라와서
예전에 켄터키를 마당에 깔았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도움이 될까 질문에 답변도 달아드리고 했는데...
생각하다 보니 많지는 않지만 3년 관리해 본 제 경험담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게 써봅니다.

우선 제 지역은 제주도 남쪽입니다.
산쪽도 아니고 바닷가에서 2.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해발이 낮고, 아무래도 덥죠.

그래도.... 잔디 품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켄터키블루그래스를 깔기로 결정하고,

식재 시기는 2013년 가을이고 약 20평 정도 됩니다.

모래를 사다가 깝니다.
미국 골프협회 USGA 기준 골프장에서는 모래를 20cm 이상 요구하는데... 전 10~15cm 정도 깐 것 같습니다.



잔디농장에서 롤잔디도 직접 실어오고요.
제주도 골프장에서 수요가 있다보니 켄터키를 전문으로 하는 농장이 있는 듯 합니다.



11월이라 그런지 상태가 좋습니다.


평탄화 작업을 하며 롤을 깔고 모래를 뿌려줍니다.
사진은 없지만 잔디 이음새를 모두 모래로 채워줘 뿌리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활착될 때까지 아침 저녁으로 물을 흠뻑 줍니다.

처음 식재한 해라 특별한 것 없이 겨울을 지냈습니다.
물론 한지형 잔디라 초록을 유지했고요.
그런데 아무리 한지형 잔디라도 초록은 약 80% 정도로 유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 봄... 4월 사진입니다.
동네 분들이 인조잔디에 물 주냐고 할 정도로 카페트 같습니다.



푹신푹신 보들보들....


켄터키는 릴모어로 깍아야 제맛이라고 열심히 수동 릴모어로 깍아주고요.
릴모어로 깍으면 경기장에서 처럼 띠 자국이 남아 예쁩니다.


그리고 켄터키의 완성은 엣지 작업이라며.... 테두리도 전동가위로 다듬어 줍니다.


녹병이 생기기도 하는데...
4월 한참 생장이 활발할 때 영양분이 부족하면 생길 수 있어서,
특별히 약 안치고 비료만 주면 해결됩니다.
그냥 파워21 복합비료 사용했습니다.


켄터키인 척 하는 새포아풀은 보이는 족족 뽑아주고요.





2014년 8월5일....첫 장마를 겪으며 여름이 왔습니다.

피시움블라이트, 잎마름병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2014년 8월18일...
열심히 약을 쳤지만.... 좋아지지 않습니다.



잔디가 무성할 땐 안 보이던 것들이 이곳 저곳에서 보입니다.
풍뎅이가 알을 낳기 위해 파고 들어간 흔적입니다.
이 알은 땅속에서 부화해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 해 봄에 잔디 뿌리쪽으로 올라와 잔디 뿌리를 먹어치우는 굼벵이가 됩니다.




결국....

3분의1 정도 고사해버린 곳은 잔디를 들어내고 새로운 롤을 사다가 보식을 했습니다.



2014년 12월27일

보식은 안 하고 죽은 채로 남겨둔 곳이 좀 지저분해 보이죠.
느리지만 그냥 번지길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좀 살았습니다.
겨울엔 초록이 유지는 되지만 생장은 느려서 잔디깍는 것도 2주한 한번 정도만 했습니다.





2015년 3월26일

육지로 치면 4월 중순 정도 되는 봄날입니다.
생장이 빨라지며 무성해지고, 옆으로 번지는 속도도 좀 빨라졌습니다.
여행을 좀 다녀왔더니 이러고 있네요.

잔디를 깍아주고 난 후,
작년 부화해서 잔디 뿌리에 피해를 입힐 굼벵이를 죽이기 위해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물을 흠뻑 줍니다.







2015년 4월26일

켄터키블루그래스의 상태가 가장 좋아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대취제거 작업도 해주고 통기 작업을 해줍니다.


벅벅 긁어주니 대취물이 꽤 나옵니다.
회복을 도와주기 위해 비료도 주고요.



2015년 5월8일

군데 군데 비어있던 부분도 잔디로 거의 다 채워졌습니다.
제주도는 5월이 날씨가 가장 좋죠.
잔디 상태도 정말 좋습니다.


2015년 6월22일
아직 장마 전이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이라 잔디 상태가 좋습니다.
동네 고양이가 실례를 하고 간 흔적이 보이네요.
지난 해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장마 바로 전에 살균제를 뿌렸습니다.



2015년 9월26일

또 한번의 장마와 불볕더위를 지낸 켄터키블루입니다.
뜨거운 여름 두 달을 매주 한번 약을 치며 지냈습니다. ㅜㅜ
지난 해보다는 피해가 좀 덜 하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픕니다.



2015년 10월30일

1년 중 잔디 상태가 가장 좋은 때가 5월과 10월입니다.
이 녀석들이 잔디에 실례하는 범인들.... 해리와 쪼리입니다.
벌써 이녀석들이 우리집 마당에 들락거리며 밥 먹는 것도 2년이 됐네요.




2016년 4월8일

여행을 다녀왔더니 또 이렇게 무성합니다.




2016년 6월9일

관리는 쉽지 않지만...
카페트 같은... 인조잔디 같은... 이런 잔디를 보며 느끼는 뿌듯함...
그런데 벌써 다가오는 여름 걱정입니다. ㅋ




2016년 7월10일

올것이 왔습니다.
지난 해들과는 차원이 다른 습함이 몰려 와서...
보름 동안 안개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피시움 블라이트가 먼저 보이고....
곳곳에서 병이 발생합니다.

7월11일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병이 진행됩니다.



수시로 약을 치고...
짧게 깍아주고 합니다.





그리고...
7월29일....

약 보름만에
항복했습니다. ㅜㅜ





이후 손을 놨더니 나머지까지 죽는데 금방이었습니다.

보름동안 안개빗속에 있으니 아무리 해도 안 되더군요.
정말 순식간에 전멸....

힘들어도 10년은 켄터키를 해보려고 했는데, 3년만에 손 들었습니다.

2016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하긴 했는데....
연평균 기온이 좀 낮은 고지대가 아니면
매년 날씨가 더 더워지면서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상 제 경험담이었습니다.

어째 내용이 기승전 "고생"처럼 들리지만....
제 내공이 부족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지역적 특성일 수도 있고...
분명 개인차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쨋건.... 켄터키블루그래스 키우고 계신 분들....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